세계적인 보건문제: 요리하다가 죽어가는 사람들

Photo credit: Karan Singh Rathore /  www.sanjhi.org

 

촌캉스, 이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농촌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시골로 떠나는 휴가를 의미합니다. 최근에 이 촌캉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만약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보셨다면, 촌캉스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촌캉스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시골의 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아궁이에서 만든 요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아궁이가 환경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임을 알고 계셨나요?

 

LPG와 바이오매스가 영유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2024년 1월 4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바이오매스 사용이 영유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 건의 연구가 게재되었습니다. 과테말라, 인도, 페루, 르완다에서 진행된 이 무작위 대조 시험은 총 3,20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중재군에게는 LPG 가스버너와 연료가 무료로 제공되었고, 대조군은 기존의 조리용 화로를 계속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중재가 출산 후 성장하는 영유아의 성장 부전 및 폐렴 발생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이런 연구 결과가 의학계의 최고 학술지 중 하나에 실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논문] 액화석유가스 또는 바이오매스 조리와 중증 유아 폐렴. 2024
[논문] 액화석유가스 또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요리가 유아의 발육 부진에 미치는 영향. 2024

 

실내공기오염은 환경보건의 주요 이슈

중소득 및 저소득국가에서는 실내 공기오염이 주요 환경보건 위험 요소로 꼽힙니다. 이 오염의 주된 원인은 바이오매스 연료를 사용하는 요리 방식이며, 전 세계 인구의 약 36%가 이런 방식으로 요리하고 있습니다. 주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성과 어린이가 이 오염에 가장 많이 노출됩니다.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해 연간 약 23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전 세계 어린이 사망의 약 9%가 가정 내 대기오염과 관련되어 있다고 추정됩니다.

 

개선된 조리용 화로의 보급

개선된 조리용 화로는 1970년대 적정기술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서구의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 원조에 대해 비판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단순하고 비효율적인 기술로 인해 빈곤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적 기술 중 하나가 조리용 화로였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기술 개선으로 바이오매스 연소로 인한 실내 공기오염을 줄여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선된 조리용 화로는 성공하였을까?

개선된 조리용 화로를 보급하자는 움직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2002년에는 미국 환경 보호국(EPA)이 저소득 국가에 개선된 조리용 화로를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 제조업체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깨끗한 실내 공기를 위한 파트너십'을 결성했습니다. 2010년에는 UN 재단과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깨끗한 조리용 화로를 위한 글로벌 연합'을 출범시켰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기존 화로보다 바이오매스를 더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태우는 조리용 화로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화로는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요리에 필요한 나무의 양을 줄여 삼림 벌채를 감소시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개선 조리용 화로에서 기존방식으로 회귀

 

그러나 이러한 조리용 화로는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하버드대 과학자들은 인도 오디샤주에서 개선된 조리 화로 보급 프로젝트의 결과를 4년간 추적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이 이 화로의 사용을 중단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이 화로를 유지하고 계속 사용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보수적인 태도와 문화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논문] 개선된 조리용 스토브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가정내 행동의 영향. 2016  

Up in Smoke: The Influence of Household Behavior on the Long-Run Impact of Improved Cooking Stoves - American Economic Associati

 

말라위 시골 지역 어린이 연구의 결과

2017년 Lancet에 실린 연구는 말라위 시골 지역의 어린이 10,7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가정에서 기존 조리용 화로를 사용하는 대조군과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개선된 조리용 화로를 사용하는 중재군의 폐렴 발생률을 비교했습니다. 이 화로들은 말라위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가성비가 높게 설계되었지만, 자주 고장 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90%가 넘던 사용률이 2년 후에는 50%로 떨어졌고, 폐렴 발생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논문] 말라위 시골에서 5세 미만 어린이의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청정 연소 바이오매스 연료 조리 화로 개입(요리 및 폐렴 연구): 클러스터 무작위 대조 시험. 2017

LPG 조리 화로의 도입은 대안이 되었나?

그렇다면 바이오매스가 아닌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LPG 조리 화로는 WHO의 오염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한 가전 제품입니다. 인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보조금과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LPG의 접근성이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실내공기오염은 LPG 조리화로를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면 많은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르완다 같은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국가에서는 LPG 사용 인구를 1%에서 10%로 늘리는데만 1억 달러의 추가비용이 발행하여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또한, 기후 변화 문제를 고려하여 LPG 대신, 지역의 재생 가능한 목질 자원을 사용하되,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개선된 바이오매스 조리 화로를 옹호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LPG 조리화로의 도입으로는 건강개선 효과가 없어

이번 NEJM에 실린 연구로 다시 돌아가보면, LPG 조리 화로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단기 해결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대규모로 수행된 과학적 검증을 통해 LPG 조리 화로의 보급이 영유아의 성장 부전이나 폐렴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LPG 조리 화로의 보급과 사용을 장려하고, 기존 조리 화로의 사용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조리 화로에 온도계를 부착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그 결과 실내 미세먼지 수준을 현저히 감소시켰습니다. 하지만 영유아의 성장 부전이나 폐렴 예방에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추가적으로, 2022년 아이의 출생 체중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1)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상태 및 영양, 2) 위생상태와 코로나 19 팬데믹 등의 요인들, 3) 중재가 임신 전 시점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 4) LPG 조리화로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수준은 WHO 기준에 비해서는 높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논문] 요리용 액화석유가스 또는 바이오매스와 출생 체중에 미치는 영향. 2022

 

실내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A cleaner burning biomass-fuelled cookstove intervention to prevent pneumonia in children under 5 years old in rural Malawi (the

단순해 보이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매스 조리 화로에 의한 실내 공기오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10년 전 네팔을 방문했을 때, 이들이 왜 굳이 연기를 마시며 수명을 단축시키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간 생활해보니, 단순한 일회성 접근으로는 이러한 보건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움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쓴이: 이동욱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