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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사업장의 피부방사선손상, 한 발 더 들어가 보기
    오이레터 2024. 9. 30. 14:24

    2024년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사고

     

    2024년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검사 장비를 점검하던 중 두 명의 노동자가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피폭  다음 날 부터 손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손가락 괴사로 치료 중이며, 절단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방사선 자동 차단 기능을 담당하는 인터록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사선 노출 시간은 수초 간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기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서 방사선 피폭… 안전성 논란일듯
    [기사] 삼성전자 기흥공장 2명 방사선 피폭…“홍반·부종 발생”
    [기사] 삼성전자 방사능 피폭 노동자 손가락 7개 절단 위기

     

    2019년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

     

    그런데 이러한 사고는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7월 서울반도체(주) 사내하도급업체 직원 7명이 방사선발생장치의 안전장치를 해제한 후 문 개방 상태로 작업을 수행하다가 방사선에 피폭되었습니다. 7명 중 2명의 손가락에서 홍반, 통증, 열감 등 이상 증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용역업체 피폭자 7명에 대해서는 혈액검사와 염색체이상검사 결과 ‘정상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상증상이 발현된 2명은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통증이나 압통, 열감 등이 완화되었고, 나머지 5명은 증상이 없었습니다.

     

    [기사] ‘피폭사고’ 서울반도체, 무자격 하청에 방사선 장비 맡겨
    제 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

     


    반도체 검사와 X선 사용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는 X선을 사용하는 검사장비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같은 전자부품 내부의 크랙, 파티클, 기공, 박리 등 결함을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자 산업에서 정밀 제품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품질 검사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검사를 하청 받아 수행하는 비파괴검사 업체들이 1,000여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피부방사선손상

    위 사고에서 방사선에 피폭된 노동자들은 손에 국한하여 방사선에 피폭되었습니다. 따라서 피부방사선손상(Cutaneous Radiation Injury, CRI)에 해당합니다. CRI는 높은 수준의 방사선에 급성 노출되었을 때, 피부와 그 아래 조직에 발생하는 손상입니다. 전신에 노출되는 급성 방사선 증후군(Acute radiation syndrome, ARS)도 일반적으로 피부 손상을 동반하지만, CRI는 ARS 증상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방사선손상의 역사

    X선은 1895년에 발견되었습니다. X선은 고전압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텅스텐에 부딪쳤을 때 발생하는 방사선입니다. 전자가 텅스텐의 K궤도에 있는 전자와 충돌하여 튕겨내면, L궤도에 있는 전자가 내려오면서 에너지를 방출할 때 전체 에너지의 99%는 열로 바뀌고 1%가 X선으로 바뀝니다.

    CRI는 방사선을 처음 발견하고 연구해온 초기 연구자과 기술자들이 대부분 겪었던 문제입니다. 방사선의 유해성을 알지 못했고, 보호를 위한 적절한 수단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논문] Early victims of X-rays: a tribute and current perception

    최근 피부방사선손상의 사례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CRI 사건들은 방사선 노출 장비 사용상의 오류나 장비 결함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특히 식품 살균용 방사선 조사 장비, 방사선 치료 장비, 건설업의 방사선 계측장비와 같은 이동형 방사선원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방사선투시영상 장치에서 과노출된 사례도 보고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정형외과 의사의 방사선 노출로 인한 손 부위 괴사가 사례 보고 논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척추 주사요법을 월 평균 100예 이상씩 17년간 시행하였습니다.

    [논문] 척추 주사요법을 시행한 정형외과 의사 수부에 발생한 방사선유발 피부손상

     

    피부방사선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량

     

    CRI가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손가락이 괴사되고 절단해야 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일까요?

    CRI는 2Gy(그레이) 이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방사선량이 높을수록 CRI 증상은 심해집니다. 방사선 종사자들이 1년간 노출되지 말아야 할 방사선 피폭선량을 전신을 기준으로 20mSv(millisievert, 밀리시버트)로 정해두고 있는데, 손은 500 mSv까지 허용됩니다.

    1회 전신 피폭이 있을 경우 500 mSv 이상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손은 상대적으로 방사선 노출에 대해 손상을 덜 받는 부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사선 노출단위 중 등가선량의 이해

     

    방사선 치료나 방사선 노출 사고에서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는지를 설명할 때, Gy(그레이) rad(radiation absorbed dose, 라드)라는 흡수선량 단위를 사용합니다.

    흡수선량 단위: 1 Gy = 100 rad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조직에 손상을 주는 정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등가선량으로 REM(Radiation equivalent man, 렘)이나 Sv(Sievert, 시버트)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X선과 감마선은 중성자나 알파 입자보다 조직에 손상을 덜 줍니다.

    방사선 종류별 등가선량 변환:
    X선 및 감마선: 1 rad = 1 rem = 10 mSv
    중성자: 1 rad = 5~20 rem(에너지 수준에 따라 다름) = 50~200 mSv
    알파선: 1 rad = 20 rem = 200 mSv

    즉, X선의 경우, 2 Gy에 노출되었다면, 200 rad에 노출되었으며, 등가선량으로는 2 Sv (2000 mSv)에 노출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엑스선과 감마선을 기준으로 등가선량을 정하므로, 엑스선과 감마선의 경우 Gy와 Sv의 수치가 동일합니다.



    병원에서 CT촬영시 계산되는 방사선노출량은 유효선량



    유효선량이란 방사선의 인체에 대한 영향이 신체 부위마다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따라서 유효선량은 장기별로 등가선량에 가중치를 주어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는 가중치가 0.01로 매우 낮습니다만, 민감한 장기는 골수는 0.12로 상대적으로 더 높습니다.

    단위는 등가선량과 마찬가지로 Sv(시버트)입니다. 이 단위에는 시간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의료 장비 이용에 따른 노출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 방사선 노출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단위 시간당 유효선량, 즉 유효선량률이라고 하여 Sv(시버트)/시간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자연 방사선 노출량의 경우 mSv(밀리시버트)/yr(년)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피부방사선손상(CRI)의 병태생리학적 기전

     

    피부방사선손상(CRI)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세포 수준과 조직 수준에서의 손상 기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포 수준에서는 방사선은 세포 내 DNA에 직접적인 이중 가닥 파손을 일으키거나 물 분자를 방사선으로 분해하여 생성된 활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 DNA를 간접적으로 손상시킵니다. 이러한 DNA 손상은 세포의 복제와 분열에 영향을 미치고 손상이 심할 경우 세포는 아폽토시스(세포 자멸사) 또는 괴사로 진행됩니다. 이는 피부 조직의 재생 능력을 감소시켜 손상의 회복을 어렵게 만듭니다.

    조직 수준에서는 손상된 세포에서 방출되는 신호 물질로 인해 염증 반응이 유발됩니다. 이는 혈관 확장과 혈관 투과성 증가를 일으켜 부종 등을 초래합니다. 또한 방사선은 모세혈관 내피 세포를 손상시켜 혈류 장애를 유발하며, 이는 조직의 산소 및 영양 공급을 저해하여 손상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만성적인 염증과 손상으로 인해 섬유아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저해하여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고 상처 치유 과정을 지연시킵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의 변화는 피부방사선손상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논문] Cutaneous and Local Radiation Injuries

     
     

    피부방사선 손상의 진행단계


    피부방사선손상은 전조기 - 잠복기 - 증상기 - 후기 효과로 이어집니다.

    1. 전조기: 노출 후 몇 시간 이내에 홍반, 열감, 가려움 등이 나타나며, 1~2일 정도 지속됩니다.

    2. 잠복기: 증상이 사라지는 기간으로, 통상적으로 1~2주 정도입니다. 손과 발바닥 부위는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피폭량이 크면 짧아집니다.
    3. 증상기: 노출 후 며칠부터 몇 주 사이에 다시 홍반, 열감, 부종이 생깁니다. 심각한 경우 궤양과 괴사까지 진행합니다.
    4. 후기 효과: 노출 후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진피 위축, 궤양 재발, 진피 괴사, 기형, 모세혈관 확장증, 섬유증, 혈관염, 색소 변화, 통증 등이 나타나며,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항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경우에도 유사합니다. 치료 부위의 피부 반응이 치료 시작 후 2주일 정도 지나면서 나타납니다.




    피폭량에 따른 피부의 변화

    2Gy-15Gy

    전조기가 1~2일 정도이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음
    잠복기는 2~5주 정도
    잠복기 후 20~30일 정도에 피부 발적, 부종, 색소 침착이 나타나고, 건조 탈피 후 완전히 회복
     

    *피부증상과 흡수선량 역치

    • 잠복기 이후 홍반 발생: 3 Gy
    • 일시적 탈모: 3 Gy
    • 영구적 탈모: 7 Gy
    • 건성 박리: 10 Gy
    • 습성 박리: 15 Gy
    • 피부 괴사: ≥25 Gy

    [논문] Cutaneous and Local Radiation Injuries


    15Gy-40Gy

    노출 후 6~24시간 사이 전조기가 나타남
    잠복기는 1~3주 정도
    증상기에는 홍반, 열감, 부종, 피부의 갈색 변화가 나타남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궤양이 발생
    노출 후 최대 10년 동안 모세혈관 확장증이 나타남.
     

    40 Gy 이상

    노출 후 4~24시간 내 통증, 따끔거림이 나타남
    전조기는 없거나 2주 미만
    증상기에는 침식과 궤양, 심한 통증이 생김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발생하며, 새로운 궤양이 생김
    궤양은 괴사가 진행될 수 있고, 완전히 치유되기까지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림
     
    550Gy 이상

    노출 후 몇 분에서 몇 시간 만에 바로 증상이 나타남

     

    서울반도체, 삼성전자 피폭사고 사례에서 노출수준



    서울반도체 피폭사고의 경우 대부분 회복되어서, 노출량이 25 Sv 미만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추후 피부암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합니다.  

    이번 삼성전자 사고에서 2명의 노출량은 각각 28 Sv, 94 Sv였는데, 94 Sv에 노출된 노동자는 피부괴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피부이식이나 절단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뉴스]"삼성전자 관리 미흡 확인"…원안위, 수사의뢰 검토
    [뉴스] ‘방사선 사고’ 삼성전자…“안전수칙 따르지 않았다”

     

    원안위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부실한 관리 체계가 원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지난 5월 정비 작업 중에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건의 원인이 사업자인 기흥사업장의 방사선 안전 관리 체계 부족 때문인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조사

    v.daum.net

     

    왜 인터락을 해제하였을까?



    9월 26일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2019년 서울반도체 피폭사고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었습니다. 원하청 구조, 하청업체의 출혈경쟁, 장비노후화, 안전교육의 미비, 비숙련 노동자의 투입 등이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 사고들에서 주목되는 핵심 키는 인터락 장치의 해제입니다.

    서울반도체 사건의 경우 인터락이라는 안전장치에 중이를 끼워서 눌러준 후 테이프만 고정하면 쉽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대의 장비에서 누군가 임의적으로 배선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누가 그랬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방법이 동원되어 작업자들이 문을 열어도 기계가 작동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락을 해제해야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인터락을 해제한 상태로 방사선에 노출되어 가며 작업을 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인터락을 조작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을까요?  그래서 범인을 잡았다면, 그 사람에게 모든 책임이 있을까요? 수사는 수사대로 필요하겠지만, 사고가 발생한 원인의 원인을 찾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개인의 과실보다는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방사선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피폭 사고가 일어났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유튜브] [과학본색] ①서울반도체 피폭 사고…끊이지 않는 논란
    [유튜브] "방사선 안전장치 임의 조작"‥원안위 삼성전자 수사의뢰 검토 
    [유튜브] 삼성전자 피폭 사고, 관리·감독 부재로 발생...과태료 처분 / YTN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배포된 서울반도체(주) 방사선 피폭사고 관련 보도자료 (2020.3)




    글쓴이:
    김수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송한수 (오이레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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